여자 테니스에서 기술과 전략은 기본적인 승부 요소지만, 최근 들어 피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탑 랭커로 올라서는 선수들의 특징 중 하나는 ‘버티는 힘’과 ‘움직이는 능력’, 즉 피지컬 퍼포먼스의 완성도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리스 출신의 마리아 사카리(Maria Sakkari)는 WTA 투어에서 가장 대표적인 피지컬 기반의 선수로 손꼽힌다. 남성 못지않은 근력, 빠른 풋워크, 높은 경기 집중도와 회복력은 그녀의 전매특허이며, 세계 상위권 랭킹 유지의 핵심 요소다.
이번 글에서는 마리아 사카리의 피지컬이 단순한 체력의 우위를 넘어 어떻게 전술적 무기로 기능하는지, 그리고 현대 테니스에서 왜 ‘피지컬’이 전략만큼 중요한지를 전문가의 시각에서 분석해본다.
1. 사카리의 배경과 피지컬 기반 형성
마리아 사카리는 1995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인 안겔리키 카나엘로우도 전직 테니스 선수였으며, 자연스럽게 테니스를 접한 사카리는 어릴 때부터 강한 운동 본능과 체력을 바탕으로 또래들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사카리는 프로 입문 초기부터 체력과 근지구력을 강조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으며, 이는 경기 중 후반부에도 퍼포먼스가 떨어지지 않는 체계적인 피트니스로 연결되었다. 그녀는 하루 평균 4~5시간 이상의 훈련을 소화하며, 특히 러닝, 코어 트레이닝, 무산소성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기반은 단순한 ‘힘’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갖춘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2. 근력과 민첩성의 조화: 사카리의 움직임을 만드는 요소
사카리의 경기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너지지 않는 중심축과 파워풀한 움직임이다. 그녀는 키 172cm, 체중 약 65kg의 탄탄한 체격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 선수 중에서도 상위권의 근력을 자랑한다.
- 포핸드와 백핸드 모두에서 하체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임팩트가 강력하고 깊은 타구를 만든다.
- 서브는 평균 180~190km/h까지 도달하며, 강한 회전과 직선적 스피드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다.
- 순간적인 방향 전환과 발놀림이 뛰어나, 수비 상황에서도 빠르게 밸런스를 회복하고 다음 샷을 준비한다.
이는 단순한 민첩성이나 속도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근력, 지구력, 균형감각, 민첩성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가능한 수준의 움직임이다.
3. 랠리 싸움에서 드러나는 피지컬 우위
현대 여자 테니스는 랠리 싸움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고, 탑랭커 간 경기에서는 한 포인트당 7~10타 이상의 교환이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사카리는 자신의 피지컬을 무기로 삼는다.
- 장시간 랠리 후에도 일관된 자세와 집중력을 유지한다.
- 체력 소모가 많은 경기 후반부에도 서브 속도와 리턴 반응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 상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공격 전환 속도를 높이며 흐름을 바꾼다.
실제로 사카리는 3세트 접전 경기에서 승률이 높은 편이며,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안정된 움직임과 볼 처리 능력으로 승부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4. 피지컬이 곧 멘탈: 체력이 만들어내는 자신감
사카리의 피지컬이 돋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멘탈 컨디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전략을 세워도 경기 후반에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카리는 피지컬을 통해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확신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
그녀는 경기 중 위기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베이스라인을 지키며, 불리한 상황에서라도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한다. 이는 상대에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상대’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심리적 압박을 유도하는 효과까지 발휘한다.
5. 부상 관리와 회복력: 피지컬의 또 다른 얼굴
사카리는 2021~2023년 동안 대부분의 시즌을 거의 빠짐없이 소화했다. 이는 단순히 부상을 피한 것이 아니라, 몸 관리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회복 루틴이 체계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녀는 매 경기 후 물리치료, 수중 트레이닝, 스트레칭, 명상까지 포함한 루틴을 유지하며, 피로 누적을 방지한다. 또한, 시즌 중간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여 근육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단순히 ‘몸이 좋은 선수’라는 수준을 넘어, 프로페셔널 피지컬 시스템을 완성한 선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6. 사카리의 피지컬이 전략으로 연결되는 방식
피지컬이 뛰어난 것이 단지 경기의 기초 체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사카리는 자신의 피지컬을 전술의 핵심으로 사용하는 데 능하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 상대의 약한 쪽을 끝까지 몰아붙이는 장기 랠리 유도: 피지컬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전략이다.
- 상대 체력 저하 시 스피드를 올리는 전환 플레이: 후반부 체력이 남아 있을 때 가능한 전술적 선택이다.
- 서비스 게임에서 템포 조절: 빠르고 강한 서브와 느린 킥 서브를 섞어, 피지컬 강점을 기술적으로 응용한다.
결과적으로 사카리는 단순한 힘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피지컬을 기반으로 전략적 선택지를 넓힌 선수다.
7. 한국 테니스 팬들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
한국 테니스 팬 입장에서도 사카리의 피지컬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동양권 선수들은 신체적으로 서구권 선수에 비해 불리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피지컬은 타고난 조건만이 아닌, 훈련과 관리로 극복 가능한 요소임을 사카리는 증명하고 있다.
또한 그녀의 피트니스 루틴과 멘탈 유지 방식은 국내 선수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실제로 사카리는 종종 “피지컬이 강하면 전술 선택지가 넓어진다”고 말하며, 체력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한다.
결론: 사카리는 피지컬이 만든 전술형 선수다
마리아 사카리는 단순히 ‘몸 좋은 선수’가 아니다. 그녀는 피지컬이라는 무기를 전략과 심리, 기술의 영역까지 확장시킨 현대 테니스의 복합형 모델이다. 그녀의 움직임, 체력, 회복력, 집중력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단순한 근육의 크기를 넘어 전체적인 퍼포먼스를 만드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사카리의 경기를 보면, 피지컬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경기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심 축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그녀는 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술적 실험과 시도를 이어갈 것이며, 이는 많은 테니스 팬과 선수들에게 귀중한 인사이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