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쿠더메토바, 더블스와 단식의 강자

현대 프로 테니스에서 단식과 더블스를 모두 병행하며 상위권 성적을 내는 선수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두 분야의 요구 조건이 다르고, 경기 리듬과 전략도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러시아의 **베로니카 쿠더메토바(Veronika Kudermetova)**다.

쿠더메토바는 단식과 더블스 모두에서 WTA 톱랭킹을 경험했으며, 두 종목을 오가며 유연한 전술과 강한 정신력, 안정적인 피지컬을 기반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녀는 단식에서는 공격적인 포핸드와 강력한 서브로 상대를 압박하고, 더블스에서는 예리한 네트 플레이와 콤비네이션 센스로 정교한 경기를 펼친다.

이번 글에서는 쿠더메토바의 성장 배경과 플레이 스타일, 단식과 더블스에서의 강점과 전략적 차이점, 그리고 그녀가 현대 테니스에 시사하는 점에 대해 전문가적 시각에서 심층 분석해보려 한다.


1. 성장 배경과 프로 전향

베로니카 쿠더메토바는 1997년 러시아 카잔에서 태어났다. 운동 선수 출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스포츠 환경에 익숙했으며, 1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파워풀한 스트로크와 탄탄한 피지컬로 주목받았으며, 빠르게 러시아 내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ITF 대회에 출전하며 프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고, 2019년부터 WTA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단식과 더블스를 병행하며 자신만의 페이스로 성장을 이어가며, 특히 2022~2023 시즌에는 두 종목에서 모두 세계 톱10 진입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2. 단식에서의 플레이 스타일과 전술

쿠더메토바의 단식 스타일은 공격적인 베이스라인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며, 서브와 포핸드가 가장 큰 무기다.

  • 서브: 첫 서브 평균 속도는 180~190km/h로, WTA 투어 내에서도 손꼽히는 파워를 자랑한다. 또한 세컨드 서브에서도 더블폴트가 적고, 안정적인 킥 서브와 슬라이스 서브를 적절히 조합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한다.
  • 포핸드: 회전량이 풍부하면서도 스피드가 빠르며, 베이스라인에서 상대를 밀어붙이는 데 탁월하다. 특히 상대가 수비적인 위치에 있을 때 라인을 따라 강하게 밀어붙이는 포핸드는 결정력 있는 마무리로 연결된다.
  • 백핸드: 백핸드는 비교적 안정성을 추구하며, 수비 전환 시 긴 랠리 유도에 적합한 구질을 선택한다.
  • 코트 커버리지: 빠르고 유연한 풋워크로 양 방향 모두 안정적인 수비가 가능하며, 깊은 코너 볼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

쿠더메토바는 강한 포인트 마무리 능력을 바탕으로 게임 흐름을 주도하면서도, 수비적 상황에서는 랠리 조절과 구질 변화를 통해 흐름을 안정시키는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준다.


3. 더블스에서의 강점과 전문성

단식에서 강한 선수들이 더블스에서도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쿠더메토바는 예외적인 존재다. 그녀는 WTA 투어에서 수차례 더블스 타이틀을 차지했으며, 그랜드슬램에서도 준결승 이상 진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 서브와 리턴: 강한 서브는 더블스에서도 그대로 위력적이다. 특히 상대가 약한 위치에 있을 경우, 공격적인 리턴으로 바로 전위로 전환하여 네트를 장악한다.
  • 네트 플레이: 쿠더메토바의 더블스 네트 플레이는 매우 정교하다. 직선 코스뿐 아니라 크로스 볼 처리에서도 빠른 반응 속도와 발끝 감각을 보여준다.
  • 포지셔닝 감각: 더블스에서는 파트너와의 위치 조정이 중요한데, 그녀는 수비와 공격 상황 모두에서 뛰어난 위치 선정과 판단력을 통해 이상적인 팀워크를 유지한다.
  • 전술 커뮤니케이션: 다양한 파트너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고, 특히 엘리제 메르텐스, 안나 시그문드와 같은 더블스 전문 파트너들과 함께 WTA 1000급 대회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이러한 능력은 단식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더블스를 통해 강화된 전위 플레이와 순간 판단력은 쿠더메토바의 단식 경기 운영에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4. 두 종목 병행의 어려움과 전략

단식과 더블스를 병행한다는 것은 단순한 체력 문제가 아니다. 경기 흐름, 전술적 사고, 리듬 유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큰 도전이 필요하다. 쿠더메토바는 이 문제를 효율적인 시즌 스케줄링과 경기 간 피로 관리, 루틴 유지 등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 경기 리듬의 전환: 단식은 개인 중심의 전략 구성이고, 더블스는 파트너와의 협업이 핵심이다. 그녀는 이 두 전환을 빠르게 흡수해, 대회마다 빠르게 적응한다.
  • 체력과 회복: 하루에 두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회복 루틴이 매우 중요하다. 쿠더메토바는 경기 후 아이싱, 스트레칭, 영양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 정신적 피로 해소: 경기 수가 많아질수록 집중력 유지가 어렵지만, 그녀는 인터뷰 등에서 “더블스가 오히려 긴장감을 줄이고, 경기 감각을 회복하게 해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심리적 안정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5. 주요 성과와 커리어 하이라이트

  • 단식:
    • 2022 WTA 찰스턴 오픈 준우승
    • 2022 프랑스 오픈 8강 진출
    • 2023 WTA 1000 마드리드 오픈 4강
    • 2023 세계 단식 랭킹 최고 9위 진입
  • 더블스:
    • 2022 WTA 파이널 준결승
    • 2022 마드리드 오픈 우승 (파트너: 엘리제 메르텐스)
    • 2021 프랑스 오픈 더블스 준결승
    • 2023 세계 더블스 랭킹 최고 2위 기록

이처럼 쿠더메토바는 단식과 더블스 모두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며 **현대 테니스에서 보기 드문 ‘전천후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6. 쿠더메토바가 현대 테니스에 주는 의미

쿠더메토바의 커리어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1. 다양성의 가치: 단일 종목에 집중하는 선수들과 달리, 여러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 기술의 통합적 응용: 더블스에서 배운 네트 감각과 빠른 판단이 단식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의 상호보완성을 시사한다.
  3. 전략적 체력 운영의 중요성: 종목별 피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기만의 경기 루틴을 만들 수 있어야 시즌 내내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할 수 있다.

7. 한국 테니스 팬들에게 주는 시사점

한국 테니스 팬과 주니어 선수들에게 쿠더메토바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 단식에만 집착하지 말고, 더블스를 통해 전술 감각과 전위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다.
  • 균형 잡힌 체력 훈련과 회복 전략이야말로 장기적인 커리어 유지의 핵심이다.
  •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경기 운영법을 찾는다면, 파워 중심 테니스 시대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결론: 단식과 더블스를 아우르는 진정한 올라운더

베로니카 쿠더메토바는 단순히 재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그녀는 두 종목을 오가며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고, 전술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현대형 올라운더다. 파워와 기술, 민첩성과 체력, 단독 플레이와 팀워크를 모두 아우르는 그녀의 스타일은 앞으로의 테니스 환경에서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그녀의 커리어는 ‘전문화’의 시대에도 다양성과 유연성의 힘이 여전히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테니스 팬이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선수, 그 이름은 바로 베로니카 쿠더메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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