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US오픈 결승전. 테니스 팬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19세의 캐나다 신예, **비앙카 안드레스쿠(Bianca Andreescu)**가 당시 ‘살아있는 전설’ 세리나 윌리엄스를 꺾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한 순간이다. 북미 선수로는 40년 만에 US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이자, 데뷔 첫 출전에서 우승이라는 역사적 이정표까지. 그날 이후 세계는 ‘안드레스쿠 시대’가 열릴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후의 여정은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부상, 심리적 불안정, 경기력 기복 등으로 인해 그녀는 긴 시간 동안 코트 밖에서 자신과 싸워야 했다. 그러나 최근 몇 시즌, 다시 조금씩 페이스를 되찾고 있는 비앙카 안드레스쿠. 과연 그녀의 부활은 가능할까? 이번 글에서는 안드레스쿠의 커리어, 경기 스타일, 위기와 회복 과정, 그리고 2024~2025 시즌 부활 가능성에 대해 심층 분석해본다.
1. 비앙카 안드레스쿠, 누구보다 강렬했던 데뷔 시즌
199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선수 중, 가장 충격적인 그랜드슬램 우승 장면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팬들은 2019년 US오픈의 비앙카 안드레스쿠를 떠올릴 것이다.
- 2019년 인디언 웰스 우승 (당시 세계 랭킹 60위권)
- 2019년 토론토 로저스컵 우승 (세리나 윌리엄스 기권)
- 2019년 US오픈 우승 (세리나에 완승, 결승 스코어 6-3 7-5)
이 해에만 그녀는 38승 7패, 3개의 타이틀을 거머쥐며 단숨에 세계 5위에 올랐고, 특히 톱10 선수들을 상대로 한 **압도적인 승률(8승 1패)**로 ‘진짜 실력자’임을 증명했다. 단순한 스타성이 아니라 기술, 체력, 멘탈의 조화를 갖춘 완성형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 전방위 올라운더의 진수
안드레스쿠는 전형적인 파워 히터도, 수비형 베이스라이너도 아니다. 그녀의 최대 강점은 다양한 전술과 감각적인 플레이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 기술적 특징
- 포핸드: 묵직하고 회전량이 풍부한 탑스핀 구사
- 백핸드: 날카로운 다운 더 라인과 슬라이스의 믹스
- 서브: 첫 서브 위력은 중상위권, 두 번째 서브 안정성은 개선 중
- 리턴: 타점이 빠르고 공격적인 리턴이 가능
▷ 전술적 특징
- 드롭샷 사용 빈도가 높고 정교하다
- 전위 진입 타이밍이 탁월
- 상대 흐름을 무너뜨리는 타이밍 조절 능력 보유
단순히 파워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아닌, ‘리듬을 지배하고,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지능형 테니스가 안드레스쿠의 핵심이다.
3. 부상과 슬럼프, 갑작스런 이탈의 연속
2019년 말까지 승승장구하던 안드레스쿠는 이후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마주했다. 바로 연쇄적인 부상과 멘탈 이슈다.
▷ 부상 이력 요약
- 2020년 초: 무릎 부상으로 호주오픈 결장
- 2020년 전체: 코로나 팬데믹과 회복 지연으로 시즌 아웃
- 2021년~2022년: 발목, 허리, 어깨 등 잦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
- 2023년: 마이애미 오픈에서 심각한 발목 부상 → 수개월 공백
이러한 부상들은 단순히 경기 감각만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 자신감 저하와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졌다. 안드레스쿠는 몇 차례 인터뷰에서 “한때 테니스를 사랑하지 않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4. 복귀 과정과 2023~2024 시즌 변화
다행히도 2023년 중반부터 안드레스쿠는 점진적으로 복귀하며 경기 수를 늘리고, 성적도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랭킹은 50~100위권에서 머물고 있지만, 탑20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경쟁력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중이다.
▷ 복귀 후 주요 변화
- 신체 회복을 위한 코어 중심 트레이닝 도입
- 슬라이스와 드롭샷 사용 빈도 증가 → 전술적 다양성 강화
- 심리 상담과 루틴 개선 → 멘탈 안정성 회복 시도
2024년 초에는 윔블던과 하드코트 시즌에 집중하기 위한 스케줄 재조정을 선언하며, 출전 대회 수는 줄이되 퍼포먼스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5. 현 시점에서의 경기력 분석
안드레스쿠의 경기력은 완전히 과거로 회복되진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부활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 긍정적인 측면
- 탑20 선수들과 접전이 가능하다: 최근 이가 시비옹테크, 다리야 카사트키나와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을 펼침
- 예측 불가능한 전개력: 여전히 드롭샷, 변칙 구질 사용은 투어 최고 수준
- 코트 위 자신감 회복: 몸 상태가 좋을 땐 전성기 때의 경기력이 단타적으로 드러남
▷ 보완 과제
- 체력 유지와 긴 경기에서의 집중력
- 서브의 일관성 확보
- 상위 라운드 진출 후 체력 관리 능력
복귀 직후에는 1~2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다가 3라운드 이상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며, 이는 여전히 컨디션 유지력이 부족하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6. 부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까지의 흐름만 보면 안드레스쿠가 다시 톱10에 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23~24세로 젊은 나이이며, 경기를 운영하는 감각이나 기술적 완성도는 이미 입증된 바 있다.
- 하드코트 중심의 집중 출전 + 정해진 스케줄 운영
- 신체적 회복 후 안정적인 훈련 루틴 유지
- 주니어 시절의 테니스 본능 회복
이러한 조건들이 맞아떨어질 경우, 한 시즌 내 톱30 재진입, 1~2개의 투어 타이틀 획득은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그랜드슬램 우승은 쉽지 않겠지만, 한두 대회에서의 깜짝 활약은 여전히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7. 한국 테니스 팬들에게 주는 시사점
비앙카 안드레스쿠의 커리어는 **“빠른 성공 이후 찾아오는 슬럼프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 기술과 전술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이해와 회복’이다.
- 성공 이후의 부침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 테니스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기적 리듬을 조절하는 마라톤이다.
특히 한국 주니어 선수들에게는 “잘할 때 자신을 너무 과신하지 않고, 안 풀릴 때 자신을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심리적 탄력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결론: ‘부활’은 단번에 오는 것이 아니다
비앙카 안드레스쿠의 커리어는 드라마틱하게 시작되었고, 생각보다 오래 쉼표가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그녀는 다시 문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예전만큼의 화려한 샷이나 성적은 없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끈기와 자기 이해는 ‘잠재적 부활’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US오픈의 그날은 우연이었는가?”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대답하고 있다.
“아니, 이제부터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