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론 스티븐스, 꾸준한 베테랑의 저력

현대 여자 테니스는 강한 피지컬과 빠른 템포의 파워 테니스가 주류를 이루며, 경기력의 기복이 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스타일이 대세가 되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도 꾸준히 투어를 지키며, 굵직한 대회에서 항상 주목받는 이름이 있다. 바로 미국의 **슬론 스티븐스(Sloane Stephens)**다.

그녀는 화려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선수는 아니다. 랭킹이 가파르게 오르거나, 매 시즌 우승을 쓸어 담는 스타일도 아니다. 하지만 WTA 투어가 장기전이라면, 스티븐스는 가장 이상적인 마라토너다.
이번 글에서는 슬론 스티븐스의 커리어와 플레이 스타일, 전술적 강점, 그리고 오랜 기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꾸준함의 비결’에 대해 전문가적 관점에서 분석해본다.


1. 슬론 스티븐스, 탄탄한 성장 배경과 커리어 요약

스티븐스는 1993년 미국 플로리다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미국의 정규 엘리트 테니스 시스템 안에서 성장한 선수다. 어머니가 수영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가 NFL 선수였을 정도로 운동 DNA가 강한 집안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스포츠에 빠졌다.

  • 2010년 프로 데뷔
  • 2013년 호주오픈 4강 진출 – 세리나 윌리엄스를 꺾으며 스타덤
  • 2017년 US오픈 우승 – 부상 복귀 직후의 기적
  • 2018년 프랑스오픈 준우승, WTA 파이널 준결승 진출
  • 세계 랭킹 최고 3위(2018)

US오픈 우승 이후에는 상위권 랭킹을 유지하면서도 특출난 기록은 없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무려 14년간 WTA 투어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그랜드슬램에서 2주차 이상 진출을 반복하는 안정성은 그녀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다.


2. 화려하지 않지만 무너지지 않는 플레이 스타일

스티븐스의 플레이는 언뜻 보기엔 평범하다. 파워도 중상위권 수준이고, 서브가 특출난 것도 아니며, 각종 스탯에서 눈에 띄는 수치는 많지 않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는 대부분의 상대가 그녀의 리듬과 수비력, 포인트 구성 능력에 고전한다.

▷ 포핸드 – 탄력 있는 탑스핀

  • 큰 회전을 활용해 코트 깊숙이 밀어넣는 스타일
  • 긴 랠리에서 실수를 줄이고 흐름을 조절하는 데 탁월
  • 짧은 볼 처리보다는 베이스라인 전개에 강점

▷ 백핸드 – 안정적인 양손 백핸드

  • 낮고 빠른 크로스 샷으로 상대의 포지션을 무너뜨림
  • 다운 더 라인 시도는 적지만, 시의적절하게 활용해 결정력 발휘

▷ 서브 – 안정 위주 구성

  • 첫 서브 속도는 약 170~180km/h로 평균 수준
  • 세컨드 서브의 안정성이 높으며, 더블폴트가 적은 편
  • 구질은 플랫과 슬라이스를 상황에 따라 조합

▷ 코트 커버리지와 풋워크

  • WTA 투어 최상급 수비 범위를 자랑
  • 슬라이딩 풋워크, 방향 전환 능력, 지면 반응 속도 모두 뛰어나며, 이는 클레이코트에서도 효과적

3. 상대 흐름을 무너뜨리는 ‘리듬 파괴’형 경기 운영

스티븐스는 본인의 경기 스타일을 ‘리듬을 만든 뒤, 상대 리듬을 무너뜨리는’ 방식이라 표현할 수 있다. 공격적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상대의 흐름을 끊고 길게 끌고 가는 방식으로 경기 주도권을 가져온다.

  • 랠리 지속성: 길게 가도 스스로 실수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가 먼저 무너지는 경우가 많음
  • 템포 조절: 필요할 땐 볼 스피드를 줄이고, 순간적으로 공격 속도를 높이며 리듬 교란
  • 심리전 활용: 침착한 표정과 루틴 유지로 상대의 감정 기복 유도

이러한 전술은 특히 강타형 선수들을 상대로 효과적이며, 스티븐스는 리바키나, 사카리, 사발렌카 같은 ‘파워 위주 플레이어’들에게 꾸준히 위협이 된다.


4. 잦은 부상과 기복, 그러나 무너지지 않는 이유

스티븐스도 완벽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는 아니다. US오픈 우승 이후에는 슬럼프와 부상을 반복했고, 랭킹이 40~70위 사이를 오르내리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기에도 그녀는 투어를 떠나지 않았고, 다시 꾸준히 랭킹을 회복해왔다.

▷ 그 이유는?

  1. 몸 관리 능력: 유연하고 탄력 있는 몸으로 큰 부상 없이 장기적으로 체력을 유지
  2. 멘탈 회복력: 경기력이 좋지 않은 시기에도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
  3. 시즌 운영 전략: 중요 대회(그랜드슬램, WTA 1000급) 위주로 출전, 체력과 컨디션 분산

스티븐스는 꾸준함을 무기로 삼은 선수다. WTA에서 오랜 커리어를 유지하며 자신의 페이스를 정확히 아는 몇 안 되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5. 2024년 시즌 현재와 향후 전망

2024년 들어 스티븐스는 다시 한 번 상승세를 타고 있다.
클레이 시즌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으며, 하드코트 시즌에서도 매 경기 완성도 높은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 최근 성과

  • 2024년 초 호주오픈 3라운드 진출
  • 클레이 시즌 무패 행진 중 (WTA 250 4강 이상 진출)
  • 2024 프랑스오픈 16강 유력 후보로 평가
  • 세계 랭킹 35위권 진입 (2024년 4월 기준)

2024년을 기점으로 스티븐스는 다시 그랜드슬램 2주차 진입을 꾸준히 노리며, 향후 1~2년간 탑20 복귀와 더불어 더블스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6. 한국 테니스 팬이 주목해야 할 스티븐스의 가치

슬론 스티븐스는 한국 테니스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 선수다:

  • 빠른 성공보다 ‘꾸준한 내공’이 중요한 커리어의 모델
  • 기술보다 경기 운영 능력과 멘탈이 경기를 좌우할 수 있다는 교훈
  • 시즌 전체를 설계하는 경기력 배분 전략의 모범 사례

특히 한국 선수들처럼 체격 조건이나 파워에서 불리할 수 있는 경우, 스티븐스처럼 “지능적이고 전략적인 테니스”가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참고 가치가 매우 크다.


결론: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 진정한 베테랑의 품격

슬론 스티븐스는 20대 초반에 정상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 이후의 시간이 그녀의 진짜 가치를 보여주는 구간이었다.
US오픈 우승 이후 잠시 흔들렸지만, 그녀는 투어에서 자신의 리듬을 지키며, 꾸준히 결과를 만들어가는 내공 있는 베테랑으로 자리매김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이름.
그리고 언제든지 조용히 2주차를 넘나들며 강자들을 위협할 수 있는 실력.
슬론 스티븐스는 WTA 투어에서 가장 ‘보이지 않는 강자’이며, 가장 꾸준한 승부사다.

우리는 그녀의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또 스티븐스가 이겼네?”
이런 선수가 진짜 무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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