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여자 테니스 무대에서 눈에 띄는 신예 중 한 명은 단연 엘레나 리바키나(Elena Rybakina)다. 2022년 윔블던 우승 이후 그녀는 단숨에 WTA 상위권으로 올라서며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리바키나의 ‘빠른 서브’는 단순한 속도를 넘어서 전략적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엘레나 리바키나의 서브 스타일과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것이 현대 여자 테니스에서 어떤 경쟁력을 의미하는지를 살펴본다.
1. 신체 조건과 서브의 구조적 강점
엘레나 리바키나는 184cm의 큰 키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높은 타점에서 공을 내려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점은 서브 구사에 있어 근본적인 강점으로 작용한다. 높은 타점은 공의 궤적을 더 가파르게 만들 수 있고, 상대 선수 입장에서는 리턴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특히 플랫 서브(회전이 거의 없는 직선성 강한 서브)를 강하게 밀어넣을 경우, 상대는 반응할 여유 없이 리턴 실수를 유도당할 수 있다.
그녀는 이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시속 180~190km/h의 서브를 일관성 있게 구사한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서브가 아니라, 각도와 코스 배치가 치밀하다는 점이 리바키나 서브 전략의 핵심이다.
2. 서브 속도 + 코스 전략의 결합
엘레나 리바키나의 첫 서브 성공률은 평균 60% 이상이며, 첫 서브로 얻는 포인트 획득률은 70~80%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스피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코너를 찌르는 정교한 배치와 다양한 패턴이 함께 작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그녀는 와이드 서브(상대의 백핸드 방향으로 밀어내는 서브) 를 능숙하게 사용한다. 와이드 서브는 상대를 코트 바깥으로 밀어낸 뒤, 빈 공간으로 스트로크를 연결하는 전술적 연계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서브 한 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는 ‘서브 기반 전략’의 일환이다.
또한 리바키나는 다운 더 T(코트 중앙을 향하는 직선 서브)도 자주 활용하는데, 이는 특히 오른손잡이 상대에게 포핸드 리턴을 어렵게 만든다. 이런 패턴의 변화는 상대의 리턴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고, 전체 경기 흐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기반이 된다.
3. 리듬 파괴 전략: 빠른 서브 템포의 심리적 압박
리바키나의 또 다른 전략적 특징은 서브 루틴이 비교적 간결하다는 점이다. 많은 선수들이 서브 전 루틴에 10초 이상을 소요하는 반면, 리바키나는 준비 동작에서부터 임팩트까지의 템포가 빠르다. 이는 상대 선수에게 리듬을 줄 틈을 주지 않는 효과를 낸다.
특히 장기 랠리 이후나 브레이크 포인트 상황에서 빠른 템포의 서브는 상대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며, 불안정한 리턴을 유도하기 좋다. 이는 마치 남자 테니스의 닉 키리오스가 구사하는 빠른 서브 전략과 유사한 면이 있으며, 여성 투어에서는 드문 스타일이기에 더욱 효과적이다.
4. 두 번째 서브: 안정성보다 변화 중심
리바키나의 두 번째 서브는 속도를 다소 줄이면서도 스핀이나 슬라이스를 가미해, 상대가 예측하기 어렵도록 구성되어 있다. 과거 많은 파워 서브러들이 두 번째 서브에서 불안한 면모를 보였던 것과 달리, 리바키나는 다양한 서브 유형을 섞어 실수 없이 랠리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돋보인다.
특히 킥 서브(높게 튀는 서브)를 사용해 상대 리턴 타점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곧바로 자신에게 유리한 베이스라인 싸움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은 높은 전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는 그녀의 코칭 스태프가 체계적인 전술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5. 서비스 게임에서의 전술 연계
리바키나는 서브와 스트로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첫 서브가 성공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포핸드로 이어받아 공격으로 전환하고, 두 번째 서브 이후에도 상대가 수세에 몰릴 수 있도록 위치 선정을 조정한다.
또한 네트 플레이 비중은 낮지만, 상황에 따라 서브 & 발리(서브 후 즉시 네트로 접근하는 플레이) 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상대에게 “예측할 수 없는 경기 흐름”을 만들어내는 전략적 요소로 작용하며, 서브에 대한 부담을 한층 높인다.
6. 통계로 보는 리바키나의 서브 효율성
2024년 WTA 공식 데이터를 기준으로, 리바키나는 다음과 같은 기록을 보였다.
- 첫 서브 성공률: 63%
- 첫 서브 포인트 획득률: 78%
- 두 번째 서브 포인트 획득률: 54%
- 서비스 게임 유지율: 약 80%
- 경기당 평균 에이스: 6.1개
이러한 수치는 서브가 단지 강한 것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득점과 게임 유지에 직결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7. 리바키나 서브 전략이 현대 여자 테니스에 주는 의미
여자 테니스는 전통적으로 랠리 중심의 플레이가 많고, 서브는 포인트 시작을 위한 도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리바키나 같은 파워 서브러들이 등장하면서, 이제 서브 자체가 포인트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핵심 무기로 기능하고 있다.
그녀의 빠르고 정교한 서브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최근 여자 선수들 사이에서도 서브 강화 훈련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는 전체 투어의 경기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흐름이며, 팬들에게도 더욱 다이내믹한 경기를 제공하는 요인이다.
결론: 단순한 속도를 넘어선 지능형 서브러
엘레나 리바키나는 단순히 ‘서브가 빠른 선수’가 아니다. 그녀는 신체 조건, 스윙 메커니즘, 코스 전략, 템포 조절, 심리적 압박까지 총체적으로 활용하며, 서브를 단일 기술이 아닌 전술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완성도는 그녀가 단기간에 그랜드슬램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이며, 향후 여자 테니스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한국 팬들에게 리바키나의 경기를 분석하는 것은 단지 관전의 즐거움뿐 아니라,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정교한 전략의 싸움인지를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