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A 투어는 매 시즌 수많은 ‘신예’와 ‘이변’을 만들어내며 테니스 팬들의 관심을 끌어당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늘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상위 랭커들에게 위협이 되는 ‘숨은 강자’, 이른바 다크호스들이 존재한다.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Ekaterina Alexandrova)**는 바로 그런 유형의 선수다.
화려한 플레이도, 압도적인 미디어 노출도 없지만 그녀는 묵묵히 WTA 투어의 허리에서 강자들을 상대로 꾸준히 위협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알렉산드로바는 탑10 선수들을 상대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으며, 하드코트와 실내 코트에서는 ‘언제든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는다.
이번 글에서는 그녀의 경기 스타일, 기술적 강점, 주요 성과, 그리고 향후 전망까지 전문가적인 시선에서 심층 분석해보고자 한다.
1.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 어떤 선수인가?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는 1994년 러시아 출신으로, 프로 전향은 2010년대 초반이지만 본격적인 두각은 2016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ITF 투어에서 차근차근 포인트를 쌓았고, 이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WTA 투어 메인 드로우에 진입했다.
2020년 **선전 오픈(WTA 250)**에서 첫 투어 타이틀을 획득했고, 이후 2022년부터는 꾸준히 WTA 500급 대회에서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며 세계 랭킹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탑10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경기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2. 전형적인 파워 베이스라이너, 그러나 정교하다
알렉산드로바는 한마디로 말하면 **파워와 속도를 겸비한 ‘정교한 공격형 선수’**다. 그녀는 빠르고 강한 스트로크를 선호하지만, 단순히 파워로만 승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정확한 코스 공략과 라인 타격 능력을 통해 공격적인 랠리에서도 실수가 적은 편이다.
▷ 서브
- 첫 서브 속도는 180km/h 이상, 안정성보다는 위력에 초점
- 코너 공략 능력이 뛰어나며, 듀스 코트에서의 와이드 서브가 특히 위력적
- 세컨드 서브는 스핀보다는 슬라이스 서브를 주로 사용해 상대의 타점을 무너뜨리는 전략
▷ 포핸드
- 플랫 성향이 강하며, 타점이 매우 앞에서 형성돼 공의 구질이 낮고 빠르다
- 다운 더 라인 공격이 주특기이며, 타이밍이 맞을 때는 랠리를 단 한 방에 끝낼 수 있을 만큼 파괴력이 높다
▷ 백핸드
- 양손 백핸드로, 좌우 밸런스가 뛰어나 실수 비율이 낮음
- 크로스 앵글 샷에서 매우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리턴 게임의 핵심 무기 역할도 함
알렉산드로바는 리스크 있는 샷을 치면서도 실수율을 최소화하는 드문 유형의 선수다. 이는 그녀의 타구 기술, 타점 유지 능력, 스윙의 간결함이 만들어내는 결과다.
3. 실내 하드코트 최적화형 플레이어
알렉산드로바는 특히 실내 하드코트에서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기술적 특성과 직결된다.
- 바람, 온도 변화가 적은 환경에서 서브와 리턴의 일관성이 극대화됨
- 낮고 빠른 플랫 볼이 실내 코트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
- 빠른 표면에서의 1~2구 공격 전개가 유리함
실제로 그녀는 모스크바, 린츠, 서울 등 실내 하드코트에서 3개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강자들이 부진한 환경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특징이 있다.
4. 탑 랭커 킬러? 빅매치 성과로 증명한 경쟁력
알렉산드로바는 ‘강자에게 강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특히 탑10 선수들을 상대로 한 승률이 매우 높은 편이며, 이는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 그녀의 경기 스타일이 강자들을 상대로 유효하게 작용한다는 방증이다.
대표적인 승리 사례:
- 2023 마이애미 오픈: 그녀는 3라운드에서 세계 4위였던 온스 자베르를 스트레이트로 꺾으며 화제를 모았다.
- 2022 WTA 마드리드: 당시 랭킹 3위였던 파울라 바도사를 이기며 8강에 진출
- 2021 호주오픈: 2라운드에서 엘리나 스비톨리나에게 세트다운에서 역전승
그녀는 특히 리듬 중심 플레이어들(바도사, 사카리, 자베르 등)을 상대로 강점을 보이며, 상대가 스트로크에서 안정성을 추구할수록 공격적인 흐름을 가져가 유리하게 싸운다.
5. 약점과 한계는?
이처럼 숨은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로바가 아직 톱10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는 일관성과 멘탈적인 측면에서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 에러 관리 부족: 중요한 순간에서 과감한 선택이 실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특히 풀세트 경기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 슬로우 코트 적응력: 클레이나 잔디에서는 그녀의 볼 스피드가 묻히거나, 긴 랠리에서 불리한 위치로 몰리는 경우가 잦다.
- 경기 내 기복: 세트 간 집중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며, 승기를 잡고도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결국 그녀가 톱10에 오르기 위해서는 위험 감수와 안정성 사이의 균형, 그리고 멘탈 관리 능력의 향상이 필요하다.
6. 향후 가능성과 전망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는 여전히 20대 후반의 선수로, 기술적으로 완성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그녀는 대기록보다는 중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내는 실속형 선수로 WTA 투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그랜드슬램 8강 이상 진출 가능성: 하드코트 시즌에서 좋은 대진표를 만나면 8강 이상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 WTA 500 이상급 타이틀 추가 가능성: 베를린, 도쿄, 아부다비 등 빠른 하드 코트 환경에서 우승 가능성이 높다.
- 팀 대회에서의 활용도: 빌리진킹컵이나 올림픽 등 국가대항전에서도 실내 코트 조건이라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7. 한국 테니스 팬들에게 주는 시사점
한국 테니스 팬들에게 알렉산드로바는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 랭킹보다 중요한 것은 ‘실전력’: 항상 주목받지 않아도 강자와의 맞대결에서 이길 수 있는 경기력이 중요하다.
- 기본기와 간결한 기술의 힘: 과도한 회전이나 복잡한 기술보다, 안정적이고 정확한 타점 유지가 높은 레벨에서도 통한다.
-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서 강해지는 전략: 표면, 경기장 환경, 리듬 등 ‘자기 강점’을 파악하고 집중하는 방식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결론: 알렉산드로바는 조용하지만 무서운 선수다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는 미디어에서 주목받는 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강자와의 승부에서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선수이며, 특히 하드코트 시즌에서 언제든 대형 이변을 만들 수 있는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녀의 커리어는 ‘화려하지 않아도, 철저한 자기 분석과 기술의 완성도로 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다가오는 하드코트 시즌, 그리고 실내 대회에서 알렉산드로바의 이름이 계속해서 언급된다면,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