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테니스 투어에서 단 한 번의 메이저 돌풍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는 선수는 많지만,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은 매 시즌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매주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 변덕스러운 코트 조건, 예측할 수 없는 컨디션 속에서도
꾸준히 100%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낸다는 것은 단순한 재능 이상을 요구한다.
벨기에 출신의 **엘리세 메르텐스(Elise Mertens)**는 바로 그런 선수다.
크게 주목받지는 않지만, 단식과 복식 모두에서 매 시즌 안정적인 성과를 내며 랭킹을 유지하고,
강자들과의 경기에서도 항상 위협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그녀는
현대 여자 테니스의 ‘숨은 고수’이자 가장 실용적인 탑 플레이어다.
이번 글에서는 엘리세 메르텐스의 커리어를 돌아보고,
그녀가 어떻게 세계 테니스 무대에서 “꾸준함”이라는 가치를 증명해 왔는지를
기술적 분석과 함께 상세히 살펴본다.
1. 프로필 및 주요 커리어
- 이름: 엘리세 메르텐스 (Elise Mertens)
- 출생: 1995년 11월 17일, 벨기에 루번
- 신장: 179cm
- 프로 전향: 2013년
- 단식 최고 랭킹: WTA 12위 (2018년)
- 복식 최고 랭킹: WTA 1위 (2021년)
- 그랜드슬램 성적:
- 단식: 2018 호주오픈 4강, 3회 8강 진출
- 복식: 메이저 복식 우승 3회 (2019 US 오픈, 2021 호주오픈, 2021 윔블던)
- 투어 통산:
- 단식 타이틀 7회
- 복식 타이틀 18회 이상 (2024년 기준)
2. 빠른 성장, 그리고 완성형 선수로의 전환
엘리세 메르텐스는 주니어 시절에는 큰 주목을 받지 않았던 선수다.
ITF 서킷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며 성장했고, 2016년 WTA 투어 데뷔 이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돌파구는 2018년 호주오픈이었다.
예선 통과자 출신으로 4강에 진출하며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이후에도 매 시즌 WTA 투어에서 30위권을 유지하며 단식 톱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한편 복식에서도 꾸준히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기량을 끌어올렸고,
2019년 아리나 사발렌카와 짝을 이뤄 US 오픈 복식 우승을 차지하면서
복식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021년에는 복식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단·복식을 아우르는 진정한 다재다능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3. 플레이 스타일 – 정밀함과 안정성의 집약체
엘리세 메르텐스는 파워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WTA 투어에서 가장 전술적으로 세련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특히 그녀의 경기 스타일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전체적인 특성
항목 | 특징 |
---|---|
포핸드 | 각도 있는 크로스, 깊은 리턴 능력 |
백핸드 | 안정적인 양손 백핸드, 스트레이트 방향 전환 능숙 |
서브 | 정확도 중심, 두 번째 서브에서 실수 적음 |
리턴 | 높은 집중력과 리듬감으로 상대 첫 서브 대응 |
풋워크 | 슬라이딩 및 사이드 커버 능력 우수 |
멘탈 |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경기 운영 |
특히 랠리 중 포지셔닝과 타이밍 조절 능력,
즉 경기 흐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오는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
4. 복식에서의 전술 완성도
엘리세 메르텐스는 복식에서도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꼽힌다.
이는 단순히 파트너에 의존한 결과가 아니라,
그녀 스스로의 기술적 기반이 매우 튼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복식 기술 강점
- 전위 플레이: 발리 감각과 위치 선정이 뛰어나며, 짧은 시간 안에 타점을 잡는 능력이 우수
- 서브 앤 발리 전개: 복식에서 전통적인 전개를 효과적으로 사용
- 의사소통 능력: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 전술 공유 능력 탁월
대표적인 파트너였던 아리나 사발렌카, 수웨이 셰와 함께
2021년 윔블던 우승, 호주오픈 우승을 합작하며 복식 강자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복식 경력에서의 성공은 단식 경기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며
리턴 감각, 코트 커버 능력, 전방 공격 전환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었다.
5. 대표 경기 사례
✦ 2018 호주오픈 8강 vs 엘리나 스비톨리나
- 경기 내용: 6-4 6-0 완승
- 해설 포인트: 메르텐스의 슬라이스와 방향 전환이 상대를 흔들며 리듬 붕괴 유도
✦ 2021 윔블던 복식 결승 vs 헤리카 & 크레이치코바
- 결과: 세트스코어 2-0 우승
- 경기 해석: 전위에서의 타점 우위와 일관된 서브 리턴 패턴으로 압도
이 외에도 매그다 리넷, 도나 베키치, 마르케타 본드로우소바 등
Top 30권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안정적인 랠리 운용을 통해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많다.
6. 꾸준함을 만든 요인
엘리세 메르텐스를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키워드는 “꾸준함”이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경기 운영력 이상의 요소들이 뒷받침된다.
✅ 꾸준함의 기반
- 철저한 몸 관리
- 잦은 부상 없이 꾸준히 시즌을 소화
- 물리치료와 회복 스케줄을 철저히 계획
- 대회 운영 전략
- 메이저와 WTA 500급 중심의 효율적 출전
- 무리한 연속 출전을 지양하며 체력 분배
- 기술의 완성도
- 스윙 메커니즘 변화가 거의 없고, 기본기 탄탄
- 상황별 전술의 다양화로 예측하기 어려운 플레이 구성
- 심리적 안정성
-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매우 냉정
- 랠리 중 상대 감정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멘탈 유지력
7. 벨기에 테니스에서의 위상
벨기에는 한때 쥐스틴 에냉, 킴 클리스터스라는 WTA 전성기를 이끈 스타들을 배출했다.
이후 한동안 침체기에 있었지만, 엘리세 메르텐스는 포스트 클리스터스로 불릴 만큼 자국 내 기대를 받고 있는 대표 선수다.
특히 복식에서의 성과는 벨기에 스포츠 언론에서도 높게 평가되며,
국가대표로 빌리 진 킹 컵이나 올림픽에서 꾸준히 참가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신예 선수 육성 및 코칭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며
벨기에 여자 테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결론: 꾸준함은 결국 실력이다
엘리세 메르텐스는 단 한 해의 ‘대박’을 바탕으로 주목받은 선수가 아니다.
그녀는 매 시즌 성실히 자신의 게임을 유지하며,
**단식과 복식 모두에서 세계 톱클래스를 지켜온 ‘완성형 선수’**다.
그녀의 꾸준함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 관리, 전술적 지능, 기술적 완성도, 멘탈의 복합체에서 비롯된 결과다.
기록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메르텐스 같은 선수가 있어야 투어 전체의 수준이 올라간다.
WTA 투어에서 꾸준함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엘리세 메르텐스의 경기를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