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테니스 세계에서 ‘베테랑’이라는 수식어는 단순히 나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투어를 경험하면서도 일정한 성적을 유지하고,
경기 내 흐름을 읽어내는 전략적 운영과 멘탈 관리에 능한 선수에게만 진정한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고 그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우크라이나의 레이샤 추렌코(Lesia Tsurenko)**다.
추렌코는 단식 최고 랭킹 23위까지 올랐고,
수차례 WTA 단식 타이틀을 거머쥐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가치는 ‘순위’보다 오랜 시간 동안 WTA 투어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해온 생존력에 있다.
특히 30대에 접어든 이후에도 젊은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경기 운영의 교과서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그녀는
지금 이 시대에 보기 드문 클래식한 베이스라이너형 베테랑이다.
이번 글에서는 레이샤 추렌코의 커리어 흐름, 전술적 경기 운영, 기술적 특성,
그리고 그녀가 왜 아직도 경쟁력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지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1. 기본 프로필 및 커리어 개요
- 이름: 레이샤 추렌코 (Lesia Tsurenko)
- 출생: 1989년 5월 30일, 우크라이나 볼노바하
- 신장: 174cm
- 프로 전향: 2007년
- 단식 최고 랭킹: WTA 23위 (2019년 2월)
- 주요 성과:
- WTA 단식 타이틀 4회 (2015~2018)
-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 2018 US오픈 8강
- 다수의 탑 10 플레이어 상대 승리
-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빌리 진 킹 컵)
2. 경기 운영의 정석 – 상대를 읽고 조율하는 능력
레이샤 추렌코는 전형적인 ‘플로우 매니저(Flow Manager)’ 유형의 선수다.
이는 자신이 압도하는 경기를 펼치기보다는, 경기의 리듬을 조율하고 상대 흐름을 깨트리는 능력에 특화된 스타일을 뜻한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탑 20 이내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 경기 운영 특징 요약
항목 | 설명 |
---|---|
랠리 흐름 분석 | 상대의 구질·타점·리듬을 빠르게 파악 후 전술 조정 |
페이스 변화 능력 | 갑작스러운 슬라이스, 로브, 느린 볼로 리듬 교란 |
기회 포착 |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공격 전환 |
멘탈 집중력 | 상대 실수 유도에 집중, 감정 흔들림 적음 |
그녀는 이같은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빠른 랠리보다는 전략적 지연을 유도,
결국 상대의 불안과 실수를 유도하는 데 능하다.
3. 기술적 분석 – 스트로크 밸런스와 수비적 강점
기술적으로 추렌코는 공격보다는 안정성과 컨트롤에 중점을 둔 선수다.
스피드보다는 깊이, 각도보다는 중심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 포핸드
- 무리 없이 스윙하는 플랫-탑스핀 혼합 구질
- 특히 크로스 전개에 강점이 있으며, 랠리에서 안정적인 컨트롤을 유지
- 상대가 볼을 짧게 줄 경우엔 한 박자 빠른 다운더라인 시도로 공격 전환 가능
✅ 백핸드
- 양손 백핸드로 안정적
- 상대 스핀에 잘 반응하며, 슬라이스와 탑스핀 혼용
- 수비 상황에서 백핸드 슬라이스로 포인트 흐름을 조절하는 능력 탁월
✅ 서브
- 위력적인 첫 서브보다는 정확한 세컨드 서브와 킥 서브 활용
- 높은 퍼스트 서브 성공률 유지
- 전위 플레이를 연계하지는 않지만, 서브로 게임 리듬 주도 가능
✅ 리턴
- 상대 2nd 서브에서 특히 위력적
- 리턴 이후 빠른 중심 잡기와 타점 확보 능력이 뛰어남
- 좌우 넓게 움직이며 긴 랠리로 자연스레 유도
4. 주요 경기 사례 – 전략이 빛나는 순간들
✦ 2018 US오픈 8강 진출
- WTA 커리어에서 가장 상징적인 성과
- 당시 3라운드에서 캐롤리나 플리스코바를 꺾고
16강에서는 마르케타 본드로우소바를 제압 - 긴 랠리 속에서의 멘탈 집중력과 템포 조절로 상대 공격력을 무력화
✦ 2023 롤랑가로스 2R vs 카롤리나 무호바
- 패배했지만 3세트 접전
- 경기 전반에 걸쳐 무호바의 공격 템포를 늦추고, 실수를 유도하는 운영이 돋보임
- 체력적 불리함에도 마지막까지 포인트 설계 유지
이러한 경기들은 추렌코가 단지 베테랑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기 전략가로서의 가치를 지닌 선수임을 보여준다.
5. 최근 폼과 순위 유지의 비결
추렌코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현재에도
여전히 WTA 투어에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능력뿐 아니라 자기 관리와 전략적 일정 운영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하다.
✅ 최근 경쟁력 유지 요소
- 스케줄 조정: 하드 시즌에는 선택적으로 출전, 클레이/슬로우코트 선호
- 복식 병행 없음: 체력 분산 최소화
- 영양 및 체력 관리 강화: 휴식과 훈련 균형 유지
- 비전통적 전술 활용: 상대 대비 예측 불가성 활용
6. 우크라이나 테니스 내 위상 – 조용한 리더
엘리나 스비톨리나와 마르타 코스튜크처럼 화려한 성적의 선수들이 중심에 있다면,
추렌코는 대표팀 내에서 조율자, 멘토,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특히 빌리 진 킹 컵과 같은 국가대표 경기에서
그녀는 수차례 단식과 복식 모두에 출전하며
전문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발휘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상황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가를 대표해 코트에 서는 그녀의 모습은 경기 그 이상을 의미한다.
경기력뿐 아니라 정신적 상징성도 그녀가 가지는 큰 자산이다.
7. 향후 전망 – 은퇴 전까지의 마지막 불꽃
추렌코는 이제 커리어 말기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기술적 완성도, 경기 운영 능력, 멘탈 유지력 등은 여전히 상위권 수준이다.
✅ 향후 가능성
항목 | 내용 |
---|---|
랭킹 | 2024년 말까지 WTA 100위권 내 유지 가능 |
WTA 250급 대회 | 8강~4강 진출 기대 가능 |
그랜드슬램 | 2~3R 진출 반복하며 실전 경기력 유지 |
대표팀 기여 | 빌리 진 킹 컵에서 핵심 역할 지속 가능 |
결론: 노련함은 시간을 이긴다
레이샤 추렌코는 단지 ‘오래 투어를 뛴 선수’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기술과 전략, 경험을
지금의 투어 속도와 흐름에 맞게 최적화해 살아남는 법을 아는 베테랑이다.
그녀의 플레이는 한 방의 위닝샷보다는,
하나의 포인트를 어떻게 설계하고, 흐름을 어떻게 지배하느냐에 대한
전술의 예술에 가깝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추렌코는 여전히 테니스 코트 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베테랑 중 하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존재는 WTA 투어의 깊이를 더해주는 소중한 자산이다.